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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안녕.. | 24/05/04 00:05 | 추천 0 | 조회 29

아무 글이나 쓰자 +29 [10]

핫게kr 원문링크

https://youtu.be/DybCZvW1mBosi=TJhIbCfFF8nLzrzV

언제: 지난 주

어디서: 부산 백양산 등산

날씨: 흐림

노래: cowboy bebop- space lion

비가온 다음날이라 숲이 내놓는 향기 그대로 마시며 기분좋게 길에 올랐다.

중간쯤 오르다보니 앞은 내 코앞까지만 보이고 주변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어느 쯤부터 안개 속을 헤매고 있었다.

급경사 길을 계속 걷고 앞도 뒤도 하얗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무서웠다.

되돌아 가고싶다 머리가 어지럽다 토할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몸이 급격하게 지쳐서

계속 조금 걷다 쉬다를 반복했다.

중반 초입에서 내려오는 사람 한 명, 그 뒤로 단 한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안개 숲에 고립

비가 조금씩 내리는지 빗방울이 주변 나뭇잎을 두들기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그런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면 아무것도 안보이는 하얀 숲.

그런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이 사람의 몸을 실제로 지배할 수 있구나.

무섭다 여기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호흡을 급하게 만들고 몸을 급속하게 쳐지게 만들었다.

아마도 그런 공포는 내몸을 더 안전한 곳으로 지키게 만드는 심리적 작용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나는 억지로라도 조금만 힘내서 앞으로 나가보자고 계속 머릿속에 그 말을 심었다.

그리고 며칠전 읽었던 조국 대표님의 디케의 눈물 마지막 쯤에 있었던 글이 생각났다.

두렵고 힘들었다는 내용의 글이였는데 어느 중국사람의 글을 인용해 적어두었다.

기억은 잘 안나지만 '길이 막혔으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가라..' 그런 내용 이였다.

새삼 이렇게 두려울 때 사람이 이리도 무너지기 쉬운데 어떻게 그것을 버텼을까 생각이들었다.

여기에는 나중에 집에와서 다시 찾아본 원글을 적는다.

중국 문학을 대표하는 루쉰이 제자이자 연인 쉬광핑에게 보낸 편지이다.

'갈림길'을 만나면, 울지도 되돌아오지도 않고 먼저 갈림길 어귀에 앉아서 좀 쉬거나 한잠 자고 나서 갈 만해 보이는 길을

선택하고 계속 걷습니다. '막다른 길'을 만나도 같은 방법을 취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 가시덤불 속으로 헤치고 들어갑니다.

나는 그 말 그대로 쉬었다가 마음이 진정되면 다시 오르고 다시 두려움이 오면 쉬기를 반복하면서 올라갔다.

정상 부근쯤 부터는 정상까지 긴 능선으로 얕은 오르막길이었다.

멀리서 지나온 사람을 한명 발견하니 다소 긴장은 풀렸다.

조금 전까지 왜 그렇게 무서움에 떨었는지 여기서부터는 웃음이 났다.

내가 가는길이 틀린게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

아직 정상은 아니지만 이정표가 하나씩 보일때 마다 생기는 자신감.

가방에서 챙겨온 약간 두터운 바람막이 옷을 꺼내 입을 여유가 생겼다.

따뜻했다. 몸도 마음도 다 따뜻해지는 느낌이였다.

다음부터는 무섭고 두려워지면 몸부터 따뜻하게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조국 대표님도 두려움에서 일어설 수 있었던건 그런 따뜻한 옷이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했다.

백양산 정상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내가 죽을 것 같다고 생각한 그 길이 등산에서 '깔딱고개'라고 등산로 중에서도 숨이차게 만드는 구간이라고 했다.

참 기묘한 경험이였다.

안개 속 깔딱고개에서 혼자 고립되어 오르다 두려움에대해 깊이 생각해본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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