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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노동.. | 17/10/18 01:20 | 추천 59 | 조회 4030

이혼남의 리벤지 1 +1137 [10]

오늘의유머 원문링크 https://m.todayhumor.co.kr/view.php?table=bestofbest&no=368750



나는 퇴근이 빠르다.
편차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으로 보자면 오후 두 세시경이다.
이 업계의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퇴근준비를 위해 회사에 들어갔는데 이미 모든 사람들이
들어와 있었다. 나는 친한 동생을 불러 다이소에 물건을 좀
사러 가자고 이야기했다. 그 친구는 흔쾌히 내 요구를
들어주었다. 미안했다. 토요일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안빠지고
내 똑같은 넋두리를 들으며 지루하다는 이야기 한번 안하고
끝까지 들어주었다. 그런데 오늘 퇴근 후에는 내 장까지 같이
봐 주었다.

우리는 다이소에 도착하자마자 욕실 깔개부터 그릇까지
일체를 구입했다. 다이소에서 팔만원이 나오긴 처음이였다.
그러나 나는 그 집에서 쓰던 모든 물건에 손을 대고 싶지
않았다. 수건이며 수저며 그릇이며 모두 새걸로 사자 묘한
기대감과 흥분이 들었다. 예쁜 라면그릇에 초계국수를 해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니 핫도그 하나 물래?"

"아 예 그라지예"

명랑핫도그에 들러 우리는 짐을 옮기기 전 간단하게 핫도그를
먹었다. 모짜렐라 핫도그 하나와 모짜체다 핫도그 하나를
각각 시켰다. 그친구가 시킨 모짜치즈 핫도그가 나오자마자
짐도 잊은 채 나가는 모습을 보며 외쳤다.

"마!! 니는 짐 안들래!"

"아 맞네!"

핫도그 집 안에 있던 여고생들과 주인청년이 배를 잡고 웃었다.
그 다음이 더 가관이였다.

"아! 근데 이 짐 내가 왜 까뭇지?"

"정신나간 새끼야 핫도그가 그래 좋드나!"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여고생들과 주인은 실신할정도로
웃어댔다. 나도 기분이 좋아서 마구 웃어댔다. 멋적은 표정
인건 그친구 뿐이였다.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미리 전화를 해
아직 보증금이 입금되기 전이지만 양해를 구하고 짐을
가져다놨다. 중개업자는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짐을 옮긴 뒤 우리는 다른 친구들을 불러 뒷고기집으로
향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소주 열 몇병과 고기를 먹으며
신나게 그년의 뒷담화를 했다. 일상이야기와 사업이야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2차를 가기 전에 피씨방에 들러 오랫만에 스타크래프트를 했다. 술이 다 깰 때 쯤 타코야키 맥주집으로 향해 1700잔에 소주를 섞어 마실 때 쯤 회사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니 지금 어디고"

"예 행님 xx에 있습니다."

"니 집에 안가나?"

나는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러나 곧 이성을 찾고 말했다.

"솔직히 들어가기 싫슴다."

"니.. 그라모 술자리 하고 들어올때 연락하래이 오늘은 우리집에서 자고 내일 차끌고 가가 짐챙기가 나온나"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민폐였기 때문에 나는 몇 번이나 거절했지만 나중에는 화를 내며 집에 기어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선배때문에라도 발길을 돌려 그 집으로 향했다.

선배는 내가 오자마자 갈아입을 옷과 수건을 주며 일단 씻으라고 했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람사는기 그기 아인데 참 몬때따 그년"

나는 그 말에 눈물이 나오는것을 꾹 참았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동시에 내 자신이 갑자기 비참했다.
그러나 나는 또 자리에 누워 이 글을 쓰고있다.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차지할 자리가 없도록
그들은 나를 위해 한마음으로 도와주고 있었다.
모든이가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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