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게 실시간 커뮤니티 인기글
뽐뿌 (467374)  썸네일on   다크모드 on
오막살이.. | 17/11/20 15:25 | 추천 62 | 조회 3689

2017년 첫 눈 오는 날.. 가게 접습니다. +595 [50]

뽐뿌 원문링크 m.ppomppu.co.kr/new/bbs_view.php?id=freeboard&no=5561105

 

벌써 첫 눈이 오네요.

3년 전 첫 눈이 내릴 즈음... 호기롭게 회사에 사표를 냈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해외 지사까지 본사 이사가 직접 와서 만류 했지만... 그 당시 말하지 못했던... 이유들!

 

납품 비리 및 납품 단가 올려주기 눈 감아야 하고 ... 

그리고, 잘나가는 본사 이사에게 줄서서 아부 떨어야 하고 ...

아무것도 모르는 해외 지사 직원들 ... 인센티브 지급 못하도록 갖가지 이유를 만들어야 했고 ...

구매 담당자와 간부가 리베이트 받아 먹고, 제품 소재 바꿔서 ... 거래처 들어가서 욕 먹고 ...

 

이 모든 것들이, 나라는 인간의 테두리를 규정하고 있다는 생각에 밤마다 몸서리를 쳤지만, 딱히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고...

때맞춰 찾아와 준 ... 디스크와 우울증을 핑계로 도망치듯 그 곳을 빠져 나온 그 때 ... 를

지금에 와서 다시 후회하고 있습니다. 절대로 후회하지 않으리라 수 백번을 나 자신에게 되물어 온 질문 끝에 내린 결론인데도 말입니다.  

 

 

먹고는 살아야해서 시작한 식당 ...

 

내가 먹지 못할 음식 팔지 말자.

내 가족이 먹어도 될 만큼의 위생상태를 유지하자.

하루하루 ... 더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오시는 손님들...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벌어 내 밥을 사먹어 주는지 아니까... 친절하자. 하였는데....

 

혼자만의 열정으로는 어림없는 춘몽이였는지 ...

 

거나하게 한 잔 드신후, 막말을 내 뱉는 문신 떡칠한 아제들 부터...

아이가 수저통에 물을 부어도 가만히 두껑만 닫아 놓고 가시는 부모님들...

음식이 짜다 달다 ... 참기름이 덜 들어갔다 ... 남자가 음식하니 그러하다고, 트집에 재미를 붙이시는 할머니들...

외국 손님이 오셔서, 짧은 영어 몇 마디를 했더니, 오~~~ 하고 난리가 난 중,고생들... 식당 주인 따위가 영어 씩이나 한다는 아이들의 건방짐.

그리고, 기름기 담은 그릇이 설겆이 이후에도 여전히 기름져 있을때, 일하는 아주머니께 말씀 드렸더니, 그렇게 깨끗하게 할거면

레스토랑을 해야지.. 라는 조소를 들을때 ... 오기로 밤새 설겆이를 다시 하고, 가스렌지를 닦아대고,....

꼭 손님이 좀 있을때만 다녀가는 가게 주인의 시선!

 

생담배를 씹으면 끊을수 있다는 말을 듣고, 생담배 씹어가며 시작한 금연이 채 한 달이 되기도 전에...

신용카드를 들고 편의점으로 달려가는 내 모습에 자괴감 마저 들어서 ...

 

좀 전에... 부동산 다녀 왔습니다.

권리금 왠만하면 조정 해 드릴테니, 최대한 빨리 빼 주십사 하고...

 

그러고 나오는데 싸래기 눈이 내리네요.

 

대학시절 ... 이렇게 센치해지면, 훌쩍 베낭 메고 소백산, 태백산... 지리산... 마음놓고 떠날 수 있었는데요..

사십 중반... 

뭔가 안되는 이유들만 잔뜩 쌓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 자기 검열 삼아 글 한 번 올려 봅니다.

 

2년 간... 5,000원 짜리, 7,000원 짜리 밥 팔았지만, 손님들께 내 자존심도 5,000원 짜리 7,000원 짜리가 아님을 보여 드리기 위해

무지 노력했는데 ... 아쉽기도 하고 ... 허전하기도 하고 ... 삶이 이런건가 ...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

정리되지 않는 무언가가 벌레처럼 대뇌를 헤집고 다니는 기분이네요.

 

화이팅 해야겠습니다. 아직 나에게 남은 미래가 무언지... 확인해봐야 겠습니다.

[신고하기]

댓글(0)

이전글 목록 다음글

1 2 3 45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