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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dowBo.. | 17/12/16 15:20 | 추천 52 | 조회 1889

병리과가 킹!왕!짱! 원가 보전율 155% +162 [16]

오늘의유머 원문링크 https://m.todayhumor.co.kr/view.php?table=bestofbest&no=381310

다들 보험수가의 원가 보전율이 70%대라는데
제가 소속된 병리과를 포함한 검사파트는 155%랍니다.
와우! 대단하죠?  아 누가 그랬냐구요?
보건복지부요 ㅎㅎㅎ
그래서 보건재정지출의 0.55%를 차지하는 병리과의 수가를
계속 해마다 2.5%씩 깎아가는 중이었대요.
타과에 비해 병리과의 보전율은 두배씩이나 되는데,
근데 왜 주위에 병리과가 있는 병원 찾기가 쉽지 않을까요?
보복부 말만 들이면 병리과는 완전 돈 잘버는 과일텐데 왜 항상 지원자는 미달일까요?

하이고 말이 안나옵니다ㅋㅋㅋ

병리과는 쉽게 설명하자면 조직검사를 해서 암인지 염증인지
진단을 내리는 일을 하는 과입니다. 돈 안되는 과 얘기하면서 병리과를 빼고 얘기하면 무지 섭합니다 ㅎㅎ. 병원 내에서는 적자과로 유명합니다. 적자를  매울 방법이 없거든요. 병리검사는 우선 임상의사의 처방으로 시행되고 수가가 발생하거든요 (추가처방은 병리과에서 처방가능한데 함부로 못내요. 여차하믄 삭감ㅋㅋ)
근데 병리 진단이 치료방향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큰 병원에는 어쩔 수 없이 유지를 합니다. 그래서 중소형병원에는 병리과 있는 곳이 잘 없습니다. 그 말은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거죠. 개원도 어렵습니다. 병리검사는 임상의사의 의뢰에 의해 시행되기 때문이죠.  

이런 수가 문제는 병리과의 역사와 연관이 있습니다. 병리학은 기본적으로 질병의 발병기전을 연구하고 질병을 분류하는 기초의학입니다. 하지만 진료를 하다 보니 병리학적 진단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 진단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니까요. 그래서 기초의학을 하시던 선생님들이 도와준다는 개념으로병원에서 진단을 해주고 한 게 병원병리의 시작입니다. 그러다 보니 병리검사 수가라는 게 적절하게 되어 있지 않았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병원에서는 병리검사를 더 많이 필요로하게 되었습니다. 업무량이 늘어나면서 불합리한  수가제도에 대해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막 일을 시작했을 무렵이라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여러개의 조직 검사를 해도 수가를 하나 밖에 받지 못했거든요. 농담 삼아 했던 말이, 아이스크림을 사먹어도 1개 사면 1개 값을, 2개 사면 2개 값을 내는데 우리는 슬라이드 여러 장 만들고 판독해도 왜 수가를 하나밖에 못받냐는 거였죠.

2010년쯤에 수가 개편이 한번 있었습니다. 6개월 후에 전체수가를  15% 삭감했죠. 왜냐구요? 수가 개편하고 나니 병리과가 보험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좀 커져버린 거에요.  우리 몫은 0.55%인데 그걸 넘어갔으니 전체 삭감이 떨어진 거죠. 기억하는 분이 있을 지 모르겠으나, 그걸 계기로 병리전공의들이 파업을 했었습니다ㅎㅎ. 다들 놀랬죠. 검체 자르고 현미경만 보던 애들이 병원 밖으로 뛰쳐나올꺼라고는 상상도 못했을테니까요. 그래도 잠깐  세상의 관심을 끌고 뉴스 사진에 제 뒤통수도 나왔었죠ㅋㅋ 결론적으로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계획을 어쩌고 저쩌고하는 말을 듣고 병원으로 복귀를 했었습니다.

올해는 전체 정원이 60명인가 그런데 19명 밖에 지원을 안했다네요.  지방쪽은 전공의 씨가 말랐고 서울의 메이저 병원들도 정원을 못채웠다고 합니다. 제가 전문의 땄을 때만 해도 그 해 새로 배출되는 병리전문의 수가 40명 초반정도 됐었습니다. 파업 사태 이후로 계속 줄었나 봅니다. 그나마 제가 전공의일 때는 정부에서 전공의 보조금도 줬었는데 (국립대만ㅋ) 얼마 전부터는 안준대요. 보조금 줘도 전공의가 안들어온다는 이유로ㅎㅎ.

그런데도 155%의 보전율 때문에 수가를 더 단계적으로 더 깎아갈 거랍니다. 진짜 말도 안되는 근거를 들고 마른 걸레를 쥐어짜는 형국이 아닐 수 없습니다ㅜㅜ

이번 수가 개편도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되었습니다. 이전부터 보복부와 학회가 논의는 하고 있었지만,  학회에서 회원들에서 설명하고 의견을 듣고 할 기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12원9일에 학회에 알리고 세부사항은 어제 밤에 왔다는데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하랍니다.ㅋㅋㅋ
이게 얼마나 어이 털리는 일이냐면 수가 코드를 전부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걸 전산에 다 반영해야하고, 검사 수가 처방을 넣는 임상과에 다 알려야 합니다.  물론 진단도하고 학교 수업도하고 논문도 써가면서 말이죠. 2주 후에 펼쳐질 혼돈의 카오스를 떠올리니 아찔합니다. 설명회에서 시행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청해보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전통적으로 그쪽사람들 뱉은 말 바꾼적도 없고 협의없이 갑자기 던져버린 것들을 봐도 연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이것이 보건복지부가 의사들을 대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까지는 문통을 믿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습니다. 대통령만 바뀌었을 뿐 공무원들은 그대로니까요. 그리고 아직까진 잘한게 더 많고요. 그래도 우리 목소리는 내야죠. 안그럼 뭐가 문제인지 모르거든요. 더 설명하고 더 알려서 우리편을 많이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요 며칠 의게 정성들여 장문의 설명을 해주신 선생님들 고맙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병리과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알린다는 걸 핑계로 넋두리를  한 것 같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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