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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논 | 17/08/14 00:22 | 추천 50 | 조회 4301

길거리에서 자체제작 상품 디자인 평가 같은 거 물어보시면 생까시길. +367 [15]

오늘의유머 원문링크 https://m.todayhumor.co.kr/view.php?table=bestofbest&no=356572

사이다는 없습니다만, 선한 마음으로 시간 할애해 준 것을 악용하는 인간들이 있기에 잠시 짬을 내어 글을 씁니다.



세번정도, 그런 디자인 평가 권유를 받았어요.

처음 의도는 참 순수하죠, 자기가 이런 상품을 팔 예정인데(손그림 양말/뜨개질 인형/동전지갑) 이런거 어떻느냐. 어느게 마음에 드느냐. 얼마정도면 살 것 같으냐.

저는 그냥 대답해주고 갈 길 가려고 하는데 다들 자꾸 사적인 이야기 하시면서 슬 친해지려고 하시더라구요.

첫 두번정도는 아, 바빠서요. 죄송합니다. 하고 지나왔어요. 물론 뭐 카톡으로 더 정보를 주겠다... 내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 이런식으로 개인정보를 달라고 하지만 주지 않았구요.

오늘 세번째는 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시간도 남고... 왜 이 인간들이 자꾸 같은 프로세스로 나에게 접근하는 것이며... 이인간들이 결론적으로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 궁금해서 걍 자리 옮겨서 카페에서 이야기 하다 왔습니다.

자기가 뭘 팔 예정인데 디자인 어떻느냐 물어 봄 > 대답해줌 > 근데 아 너무 예쁘시고 옷도 어쩌고저쩌고 칭찬 시작함 > (이미 익숙한 패턴)그쵸^^ 하면서 맞장구 쳐주고 같이 카페나 가서 이야기 하자길래 그러자고 함.



사적인 이야기 해요. 연애 이야기. 자기 사는 이야기. 일하는곳 이야기. 가족 이야기.

한 1시간정도(오늘 휴일인데 만날 사람도 없고 심심해서) 그렇게 시시콜콜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제 연애를 까내리기 시작합니다.

"음, 근데 제가 볼때 ㅇㅇ씨는 연애하는 분에 대해서 크게 만족 못하고 계시는거 같아요. 뭐랄까... 잘 만나고 좋은 사람인건 알겠는데 뭔가, 잘 해준다 하면 가끔 핀트가 엇나가는.."

사실 그런거 없습니다. 존나 만족함. 하지만 그냥 맞장구 쳐줘요. 아, 그렇다면서.

"그게 다 사람들 끼리의 인연이나 주변 환경이나 상황이 마음대로 안되서 그런거일수 있거든요. 저 사람은 좋은 사람이지만, 뭔가 아닌거야. (이때 내 생각: 무슨 비문이람? 뭔 이야길 하고싶은거야.)

남자친구가 특별히 모난게 아니라도 인연이나, 그런게 잘 안맞을수도 있어요. 예전 연애 같은거 생각해보면 비슷하지 않았어요? 주변 사람들 이야기 들어봐도 그렇지만 연애를 하는데에 있어서 비슷한 사이클을 가지고 있어요. 만나고 헤어지고 그런 과정들에 대해서요."



갑자기 인생 설교 시작하심.

저는 ㅎㅎㅎ그런가요? 하고 그냥 듣고있음.

근데 갑자기 또 뭐 질문세례 들어오고, 아마 그 사람은 그 질문을 통해서 제 우울한 면이나 힘들어 하는 면을 찾으려고 애쓰는것 같은데 제가 또 틈을 안보여요. 나는 너무 잘 살고 있다고 하니,

"그래도 살면서 힘든 일이나 사람한테 마음을 못여는 계기가 있지는 않았어요? 제가볼땐 ㅇㅇ씨는 저에게 크게 마음을 못여시는거 같아요.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있는거 같은데 벽이 있어."

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유도함.

예전에 사이비 전도 수법 당했던거 이야기 하면서 "사람을 잘 믿지만, 그래서 제가 여기에 있지만, 그렇다고 제가 처음만나는 사람에게 제 어두운 면을 보여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라고 끊음.

사이비 종교 이야기 하니까 약간 눈 굴리더니 종교 있냐고 물어 봄.

"전 없어요. 나교에요. 나를 믿는 종교. 하지만 뭐 본가는 불교고, 남자친구는 독실한 기독교죠."

하고 방긋 웃음.

그 대화주제가 마지막으로 그냥 자연스럽게 대화가 마무리 됨.

일부러 대화 종결하려는 티가 나서 ㅋㅋㅋㅋㅋㅋ 다른 대화 주제에서는 그렇게나 계속 질문 퍼붇고 관심가지고 본인 지론을 설파하시더니...


이야기를 하면서 "사이클" 이라던가 "사람 심리를 공부해서 사람의 속내를 잘 아는 언니가 있는데~" 라던가 "나를 알아야 상황에 이끌려 가지 않는다" "ㅇㅇ씨는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왜 그런일이 생겼을까? 그건 전부 상황적인 거다" 라는 말이 자주 나왔어요.  한 두세번 정도.
(사이비들이 심리검사나 상담쪽으로 접근을 많이 하니까 나온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말이 많아요. 가르침을 하려는 뉘앙스의 말들. 자기도 예전에는 ㅇㅇ씨처럼 그랬는데 지금은~ 하면서.

공감하는 제스쳐, 너무나 과장되고 .

그놈의 심리를 공부한 언니는 대화중에 자꾸 나오고.




오늘 한 두시간정도 할애하긴 했는데

그 "디자인이 어떤가요? 얼마쯤에 팔면 좋을까요?" 수법이 사이비 종교임을 알게 되어서 별로 아깝지는 않아요.

이제 그런 수법은 잘 피해다닐 수 있을거 같거든요.

다만 너무 순진하고, 너무 유약한 사람들은 이런 수법에 정말 잘 넘어올 것 같기는 해요.

정말 사적인 이야기, 종교와 무관한 이야기들을 쭉 이어나가거든요.

그러다가 '그 언니 한번만 만나볼래요?'라고 하면서 전화번호 따고 약속 잡고 만나서 정말 걱정하는척 하면서 뻔한소리 하면서, 다음 약속도 잡고 몇번 만나다가 자기네 종교이야기나 해 대겠죠.

다만 저는 그 사람들에게 데인 적이 있었고,

그 패턴에 대해 얼추 알고 있어서 이번것도 비슷하다고 생각 했었어요. 패턴은 좀 다르지만 심리학이야기나 살면서 힘든 이야기를 유도하는 방법들이 정말 비슷했던 경우였죠.


사람의 선의를 이용하는 사이비 종교는 없어지길.

이런 포교 수법을 쓰는 종교가 어디인지는 좀 궁금하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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