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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은간.. | 17/05/27 16:21 | 추천 59 | 조회 4637

[단편] 돈독오른 예언가 +282 [21]

오늘의유머 원문링크 https://m.todayhumor.co.kr/view.php?table=bestofbest&no=337384

[ 10분 뒤! 인천 구월동 ㅁㅁ빌딩에서 일어난 화재로 6명이 사망합니다. 다시 한번 말합니다. 10분 뒤! 인천 구월동 ㅁㅁ빌딩에서 일어난 화재로 6명이 사망합니다. ]

사람들은 사내의 글을 우습게 무시했다.
하루에도 수백 개의 뻘글이 넘쳐나는 사이트였기에 더욱 그랬다. 한데 불과 30분 뒤의 뉴스는,

[ 인천 구월동 ㅁㅁ빌딩에서 일어난 화재로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여-. . . ]

우연히 그의 글을 기억하고 있었던 누군가가 호들갑을 떨었다.

[ 여기 이 글 본 사람? 저 새끼 뭐야? 방화범이야?? 주소 링크-. . . ]

일종의 성지순례가 시작되었다. 한데, 게시판에 공지된 사내의 다음 행보는 개인 방송이었다.

[ 개인 방송 오픈합니다. ]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사내는 당당하게 얼굴을 드러내고 방 안에 있었다. 그의 설명은 황당했다.

[ 일종의 신내림 같습니다. 가끔 제 머릿속으로, 어떤 사고가 일어나서 사람들이 몇 명이 죽는지 그 정보가 들어옵니다. ]

사람들은 욕을 하고 난리가 났지만, 그는 1시간 뒤에 또다시 예언했다.
갑자기 눈을 감고 인상을 쓴 그는 중얼거렸다.

[ 끄으음... 10분 뒤. 서울 성수동 ㅁㅁ백화점 에스컬레이터 붕괴사고 3명 사망... 피해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3명.. ]

사람들은 설마 하면서도, 당장 성수동 백화점으로 신경을 쏟았다. 실시간 검색어도 온통 그 내용을 도배했다.
그런데 세상에!

[ 대박! 진짜 에스컬레이터 무너짐! ]
[ 헐! 미친...! 나 백화점인데 진짜임! ]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더 놀라웠던 것은,

[ 제가 그 예언 속 대학생입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목숨을 구했습니다! ]

예언의 3명이 자리를 피해서 목숨을 구했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은 이런 게 가능한가 도저히 믿을 수 없었지만, 다음 날 그는 또 하나의 예언을 했다.

[ 끄으음...10분 뒤.. ㅁㅁ대교 난간 붕괴... 기념사진 촬영 중이던 중국인 관광객 3명 사망... ]

사람들은 난리가 나서 ㅁㅁ대교로 향했다. 가까운 곳에 있던 사람들이 중국인 관광객들을 모두 대피시킨 뒤, 난간을 살펴봤더니-

" 저, 정말이다! 난간이 완전 노후 돼서 너덜너덜하잖아?! "

이쯤 되면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그의 초능력을 찬양했다.
한데, 사내가 그런 능력을 갖추고도 이제야 세상에 나온 목적이 따로 있었다.
그는 개인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 앞으로 내가 미리 사고를 예견해서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다면, 정부는 한 사람당 제게 1천만 원을 주십시오. 금액 조정은 없습니다.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대가로 1천만 원은 무척 싸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조건을 들어주지 않는다면...앞으로 제가 천기를 거스를 일은 없을 겁니다. ]

" 헐! "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속물적인 그의 모습에 당황했다. 영웅으로 치켜세우려던 움직임이 우뚝 멎을 정도로.
여론은 분분했다.

" 미친! 사람 목숨으로 흥정하려 드네! "
" 그래도 사람 목숨을 구하는 건데...천만원 정도면 줄 만하지 않나? "
" 말 몇 마디로 몇천씩 번다고?! 누구는 쌔빠지게 벌어서 세금을 내는데! "
" 그래도 솔직히 사람 목숨값인데.. 거기에 들어가는 세금이라면야 뭐~ 난 괜찮다고 봐. 인명사고가 일어난 뒤에 벌어지는 모금 활동도 있는데, 예방용 모금이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

공개적인 요구 이후, 사내는 개인방송을 틀어놓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채팅으로 사람들이 욕을 하든 애원을 하든, 입을 꾹 다물고 가만히 카메라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3일 만에 대통령의 이름으로 특별 명령이 떨어졌다.

[ 사람을 목숨을 구하는데 들어가는 돈이라면 아깝지 않습니다. 정부가 그 능력을 구매하겠습니다. ]

그제야 사내는 다물어진 입을 열었다.

[ 감사합니다. 입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습니다. 하하. ]

이후 사내는 방송을 켜놓고 아무렇게나 생활했다. 컴퓨터 앞을 벗어나 TV를 감상하기도 하고, 외출하기도 하고, 게임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내의 개인 방송은 항상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다음 날. 다급하게 컴퓨터 앞에 앉은 사내는 외쳤다.

[ 10분 뒤! ㅁㅁ동 사거리를 지나던 원유차 폭발! 4명 사망! 급합니다! ㅁㅁ동 사거리를 지나던 원유차 폭발!! ]

당연히 당장 난리가 났다. 지상파 방송까지 긴급속보가 때려졌고, ㅁㅁ동 사거리에서 모두가 대피했다.
하지만 운전 중인 원유차 기사는 대피하지 못했다. 인터넷과 전국에 난리가 났어도, 차 안에서 운전 중인 그는 아무것도 몰랐던 것이다.
10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고 결국-,

' 쾅-! '

정확히 ㅁㅁ동 사거리에서 원유차가 폭발하고 말았다. 그나마 주변의 모두가 대피했었기 때문에, 사망자는 운전자 1인에서 그쳤다.
사람들은 사내의 소름 돋는 예언에 다시 한번 놀랐고, 정부는 3명의 목숨값 3천을 사내에게 지급했다.
전국은 온통 그 얘기로 가득했다.

" 진짜 부럽다 와.. 말 몇 마디 하고 3천 벌었네.. "
" 죽을 뻔했다 살아난 3명은 그 사람한테 진짜 큰절 올려야 해! 와~ "
" 혹시 나였을까? 나 근처에 있었는데 허얼... "
" 근데 연봉 얼마 찍을까? 우리나라에 사고가 얼마나 벌어지지? 진짜 한 수십억 찍는 거 아니야? "

이후로도 사내는 사고를 예언하며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다. 누군가가 정리한 숫자로 말하자면, 2천만원. 5천만원. 3천만원. 1억 2천만원 7천만원. . .
고작 한 달 만에 사내가 살린 목숨은 165명이었다. 16억 5천만원 말이다.

너무나 손쉽게 돈을 버는 것 같은 사내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일으켰다.

" 고작 말 몇마디 하는 게 뭐 힘들다고 참나! "
" 저렇게 벌어놓고 무슨 기부도 한 번 안 하냐? 너무하네! "
" 그리고 솔직히, 인원 뻥튀기하는 것 같지 않아? 원래 1명 죽었을 걸 10명이라고 말해도 우린 모르는 거잖아! "
" 맞네! 대박! 그걸 몰랐네? 속이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겠네! "

사내에 대한 불만이 커질수록, 정부는 부담이 되었다. 점점 세금으로 사내에게 돈을 지급하는 데에 반감을 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고민하던 정부는 결국, 사내와의 거래를 철회했다. 그 대신,

[ 더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예언 덕에 목숨을 구하신 분들께서 자비로 지급해주시길 바랍니다. ]

사람들은 일견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 맞네. 목숨까지 구해줬는데 목숨값으로 내줘야지. "
" 그게 맞는 거였지 처음부터! 나라면 내 목숨 구해준 사람한테 1억도 줄 수 있겠다! "

사내도 딱히, 돈만 받을 수 있다면 상관없었다.

[ 10분 뒤! ㅁㅁ번 마을버스가 ㅁㅁ동 내리막길에서 전복사고! 2명 사망! 당장 라디오로 방송하십시오! 10분 뒤! ㅁㅁ번 마을버스 전복사고! 2명 사망! ]

사내 덕에 목숨을 구한 사람들은 흔쾌히 돈을 내놓았다. 한데,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 뭐야?! 천만원?! 내가 왜 돈을 내야 해?! 내가 죽긴 왜 죽어 미친! 못 줘! 안 줘! "

사내는 죽을 사람의 인상착의까지 정확히 지목할 수 있었는데, 그중 몇몇은 사내의 공을 인정하지 않았다.
조금은 이해가 되는 일이기도 했다. 그냥 자신은 일상생활을 하다가 잠깐의 시간을 지체했을 뿐인데, 갑자기 목숨을 구해줬다며 천만원을 요구하니!

[ ... ]

사내는 그들과 다투는 것을 즐기지 않았다. 굳이 변호사를 선임한다거나 하는 수고를 귀찮아 하는 것도 같아 보였다.
그런 사내의 태도가 계속될수록, 배짱부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 솔직히 말해! 나한테 돈 뜯어내려고 나까지 추가한 거지? 원래 나는 사망자 명단에 없었잖아~! "
" 이! 이! 사이비야! 내가 모시는 신께서 노하신다! "

점점 사내에게 목숨값을 지급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 ... ]

사내는 침묵했다.
하루, 이틀, 삼일. 사흘...

" 뭐야? 왜 저렇게 조용해? "
" 이번에 서울에서 사고 나지 않았나? "
" 뭐지?? "

사내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사내의 시위를 알아챘지만, 괘씸하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

" 그만큼 벌었으면 됐지! 무슨 욕심이 저래? 참나! "
" 저 악마 같은 놈! 저놈은 지금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구할 수 있는 생명을 일부러 안 구하고 있잖아! "
" 까짓거, 순리대로 두면 되는 거 아니야? 어차피 저놈이 나타나기 전에도 원래 이렇게 사고가 일어나고 사람들은 죽어 나갔다고! 그동안에도 괜찮았는데 무슨 상관이겠어! "

마치 누군가의 여론조작까지 개입된 것처럼, 사내를 욕하는 여론이 급속도로 늘어갔다.
그런 상황에서 일주일 만에 사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의 표정은 담담하고 당당했다.

[ 여러분. 여러분은 공짜로 일하십니까? 자신의 능력을 무료로 제공합니까? ]

" 뭐라는 거야 저거?? "
" 미친~ 지금 어따 갖다 대는 거야?! "

[ 만약 혹시라도 여러분 중에 그런 분들이 계신다면... 그러지 마시길 바랍니다. 정당한 대가를 당당하게 요구하십시오. 착취당하지 마십시오. 나는 그래도 된다고 수긍하지 마십시오. 자신이 가진 능력에 맞는 당연한 대가를 받길 바랍니다. ]

" 허 참! 별~ "
" 예견이나 해 이 새끼야! 사람 죽이지 말고! "

많은 사람이 사내의 말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한데,
[ 미국에서 제게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한 사람의 목숨 당 3천만원을 보장해줄 테니 이민을 해달라더군요. 그 제안을 수락하기로 했습니다. ]

" 헐?? "

사람들은 당황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뒤늦게 부랴부랴 정부가 나섰다.

[ 다시 공식적으로 정부에서 천만원씩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부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결정을 돌려주십사-. . . ]

그러나 사내의 마음은 이미 떠나 있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그를 매국노라며 욕하기 시작했다.

" 저런 매국노 같은! 돈 때문에 나라를 배신해?! "
" 왜 하필 저런 인성을 가진 놈한테 그런 능력이 주어진 거야?! "

반면, 미국에서 바라보는 사내는 신의 축복 그 자체였다.

[ 만약 와주시기만 한다면, 저희는 당신을 국민 영웅으로 받들어 모실 것이며,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모든 방면으로 지원해드리겠습니다. 또한 3천만의 금액이 적다고 생각하시면 그 액수는 얼마든지 조정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와주시기만 하시면 됩니다! ]

세계적인 스타들은 물론이고, 미국 대통령까지 직접 사내를 환영하고 나섰다. 거기에 추가로, 다른 강대국들도 사내에게 조건을 내걸기 시작했다.
그제야 국내의 사람들은 정신이 번쩍 들기 시작했다.

"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한 능력 아니었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그런 사람한테 돈을 아낄 생각을 하다니? 따지고 보면 연봉이 수십억대인 스포츠 스타, 연예인 등등 얼마나 많은데 말이야. "
" 사고를 예방하는 것만 봐도 그래! 그거 복구 비용이나 그런 쪽으로 생각해봐도, 오히려 싼 거 아니야? "
" 도대체 어떤 개념 없는 사람들이 돈을 떼먹고 그런 거야?! 목숨을 구해줬으면 감지덕지하고 냈어야지!! "
" 완전히, 국보를 빼앗기는 거잖아 이거?! "

너무 늦은 여론이었다.
사내는 이미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사내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 10분 뒤. 10분 뒤 한국에서 아까운 인재가 사라집니다. 10분 뒤 한국에서 아까운 인재가 사라집니다. "

" ... "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까지 참 정확힌 예언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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